넷플릭스에는 퇴사하는 직원이 동료들에게 메일 한 통을 보내는 부검메일이라는 문화가 있다고 합니다.
메일에는 왜 떠나는 지, 회사에서 배운 것, 회사에 아쉬운 점, 앞으로의 계획 등의 메시지가 담깁니다.
GSITM 생활을 정리할겸 3년 간의 세월을 되돌아보고자 퇴사부검 글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왜 떠나는 지?
2020년 하반기에 GSITM 신입 공채로 입사하여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시작했는데요.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만으로 27살, 4년 차 개발자가 되었습니다.
입사 이후 인턴 기간을 거쳐 R&D 센터에 배속되어 주로 회사 내부 솔루션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R&D 센터이기에 기술에 대한 큰 제약 없이 관심있는 기술들을 적극 활용할 수 있었고,
SI 사업에는 참여하지 않아 근무지가 변경되는 일은 없었으며 야근을 하게 되는 일은 적었습니다.
주변에 퇴사 소식을 전하면 '괜찮은 환경에서 일하는 거 같은데 왜 떠나냐' 라는 질문을 받곤 했는데요.
그럴 때마다 개발자로서 더 성장하고 싶은 욕심에 새로운 경험을 찾아 떠난다는 답변을 드렸습니다.
2년 동안 경험한 HR 분야가 아닌 새로운 도메인에서 외부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자 퇴사를 결심 했습니다.
GSITM에서 B2C 업무나 새로운 도메인에 대한 기회가 주어졌더라도 같은 결정을 했을 거 같습니다.
스스로가 안일해졌다고 느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어느 순간 내면의 긴장감을 느끼지 못해 외부에서 성장의 기회를 갈망하게 됐고,
새로운 환경과 또 다른 개발자들 사이에서 '나는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습니다.
이제는 회사 내부의 안정된 환경이 아닌 외부 시장에서 나의 가치를 증명하고 평가받고 싶습니다.
선배 개발자분께서 지나가는 말로 '폴은 축구 선수로 따지면 아직 벤치 멤버다' 라는 말씀을 해준 적이 있는데요.
그 이유는 실제 고객에 대한 트래픽 경험과 내 아이디어가 플랫폼에 반영될 때의 성취감을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꽤 오랜 시간 머릿 속에 남는 말이었습니다.
이번 선택을 통해 더이상 벤치 멤버가 아닌 주전 선수로 활약할 수 있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5년 차 회고에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개발자가 되길 바랬는데요.
이번 선택을 통해 어떤 방향으로든 풍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배운 것
GSITM에서 개발자로서 일을 하며 많은 기술적인 성장을 경험할 수 있었는데요.
해당 주제에서만큼은 기술적인 내용이 아닌 3년 동안 경험하고 배웠던 세 가지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 완벽 이전에 완성
본격적으로 코딩을 시작하고 흥미를 붙이며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는데요.
그러다보니 완벽한 코드를 짜고싶은 욕심에 고민하고 설계하는데 계획보다 많은 시간을 쓰기도 했습니다.
프로젝트 일정에 지연이 생길 정도는 아니었지만 야근, 주말 등의 개인 시간을 할애해야 했습니다.
요구사항을 구현하는 건 정해진 기간 내에 끝낼 수 있지만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그저 그런 코드를 프로덕션 소스 내에 방치하는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설계했던 코드도 결국 바뀌게 되었는데요.
'설계가 틀린걸까' 하는 생각에 상실감이 들기도 했지만 다시 코드를 보니 그다지 훌륭한 코드가 아니었습니다.
좋은 코드를 지향해야 하지만 일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적절한 타협이 중요하다고 느낀 경험이었습니다.
지금은 직장에서의 개발만큼은 80%의 완벽과 기한 내의 완성을 목표로 개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 공유함으로써 성장하기
3년 간 머물렀던 조직의 중요하게 생각했던 가치 중에 하나는 '공유' 였습니다.
일상에서의 사소한 내용부터 기술적인 내용까지 팀원들과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했는데요.
돌이켜보면 저는 일상에 대한 공유는 부족했지만 그 외적인 부분은 나누고자 노력했던 거 같습니다.
공유하며 느꼈던 생각은 일반적으로 주는 것이 아닌 받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업무와 관련된 내용을 공유할 때만큼은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 받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요.
공유하기 위해 경험과 생각을 정리하여 기록하고 피드백을 통해 보완해야 할 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팀원들과 함께 성장하며 성취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공유가 더 자연스러워질 때 더 넓은 사회에 어울리는 내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 공부와 겸손
'겸손하기', '공부하기'는 너무 클리셰 같은 말들이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입니다.
처음엔 직업이 개발자라서 평생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것이 부담으로 다가왔는데요.
다시 생각해보니 모든 직업들은 잘하기 위해선 꾸준한 학습이 불가피하다고 느껴집니다.
결국 개발자라서 공부하는 것이 아닌 더 나은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tvN의 삼시세끼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차승원 배우님이 했던 말 중에 와닿는 어록이 있는데요.
연차가 실력을 보장해주지 않는 요즘 시대에 겸손이라는 태도는 가장 기초적인 성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겸손한 마음을 갖으며 부족한 능력을 기술에 대한 열정으로 채우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에 아쉬운 점
3년이 넘는 시간동안 아쉬운 점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그러나 누군가 저의 글을 보고 GSITM에 대한 선입견을 갖을 수 있기에 혼자 간직하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경험은 팀 내에서의 주관적인 경험이며 회사의 일반적인 경험은 아니기에 오해가 안생겼으면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
저는 여행 플랫폼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백엔드 개발자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회사에서는 B2C 서비스, 주문/결제, 메세징 등의 플랫폼 개발 업무를 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흥미로운 문제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새로운 회사에서의 재밌는 경험도 열심히 기록하려 합니다.
마무리
3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부지런히 배웠습니다.
성장의 기회와 배움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성장하기 위해 떠난 만큼 더 나은 개발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저의 작은 소회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_
4년 차 회고에서 개발했던 솔루션이 2023년을 마지막으로 종료한다고 말했는데요.
해당 솔루션이 다른 회사에 팔리게 되어 추가 개발을 한다고 합니다.
저는 비록 이탈하게 됐지만 제가 만든 서비스가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아 기분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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